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는 구상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유한킴벌리가 본격적인 보전 활동에 나섰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과 함께 수년간 종자를 확보하고 묘목을 길러온 끝에 별도의 보전 숲을 조성하고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유한킴벌리는 지난 10월 15일 경북 봉화에 있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구상나무 현지외보전원 조성을 위한 식재 행사를 열었다고 밝혔다. 현장에는 양 기관 관계자와 유한킴벌리 임직원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에 심은 나무는 한라산에서 유래한 10년생 구상나무 묘목 500그루다. 양 기관은 2030년까지 나무가 자라는 상태를 꾸준히 확인하고 생육 환경을 관리해 구상나무 개체군을 회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라산 구상나무 숲, 100여 년 사이 절반 가까이 감소
구상나무는 우리나라 산악지역에서 자라는 고유 수종이다. 한라산과 지리산 등 해발고도가 높은 지역에 주로 분포하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생육 환경 악화 등으로 자생지가 감소하면서 보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 한라산의 구상나무 숲은 지난 100여 년 동안 상당한 면적이 사라졌다.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한라산 구상나무 숲의 면적은 1918년 1,168.4㏊에서 2021년 606㏊로 줄었다. 약 562.4㏊가 감소한 것으로, 기존 면적의 48.1%에 해당한다.
이처럼 구상나무가 자라는 고산지대의 환경이 달라지면서 기존 서식지만으로 개체군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연 서식지를 보호하는 노력과 더불어 다른 장소에서도 나무를 키워 보전하는 방법이 필요한 이유다.

자생지를 벗어난 보전 숲, 왜 필요할까?
이번 사업의 핵심은 ‘현지외보전’이다. 이는 멸종위기 식물 등을 원래 자라던 서식지 외부의 적합한 장소에서 재배하고 관리하는 보전 방식이다.
자연환경에서 개체 수가 줄어들거나 서식 조건이 악화될 경우, 별도의 보전 공간을 마련하면 해당 식물의 유전적 자원을 지키고 장기적인 복원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구상나무는 고산지대의 기후와 환경에 영향을 받는 수종인 만큼, 새로운 장소에 심는 것만으로 보전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묘목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는지, 생육 상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 등을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전북 무주군에 조성한 구상나무 현지외보전원을 3년간 관찰한 결과, 식재된 나무의 생존율은 96%로 나타났다. 이는 적절한 장소를 선정하고 꾸준히 관리한다면 자생지 밖에서도 구상나무를 보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5년간 준비한 구상나무 보전 사업, 실제 식재로 이어져
유한킴벌리와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2021년부터 구상나무를 비롯한 멸종위기 고산침엽수를 보호하기 위한 협력 사업을 추진해 왔다. 양 기관은 2030년까지 협력하기로 하고 종자 수집과 보존, 묘목 육성 등의 준비 작업을 진행했다.
이번에 한라산 유래 구상나무 500그루를 심은 것은 그동안 준비해 온 보전 활동이 실제 숲 조성 단계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양 기관은 식재 이후에도 묘목의 생육 상태를 관찰하고 보전 숲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다. 단기간에 성과를 확인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나무가 안정적으로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이규명 국립백두대간수목원장은 이번 행사가 기후변화로 위기에 놓인 구상나무를 보호하기 위한 현지외보전원의 출발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앞으로 식재지를 지속적으로 관리해 구상나무 개체 수 회복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전양숙 유한킴벌리 지속가능경영센터장 역시 멸종위기 구상나무를 지키고 국내 산림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국립백두대간수목원과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산림 생태계 보호 활동 확대
유한킴벌리는 오랫동안 산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왔다. 1984년 시작한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통해 나무 심기뿐 아니라 산불 피해 지역 복원, 생물다양성 보전, 사막화 방지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심고 가꾼 나무는 5,800만 그루를 넘어섰다.
이번 구상나무 보전 사업은 일반적인 나무 심기에서 나아가 멸종위기에 놓인 고유 수종을 보호하고 산림 생태계의 다양성을 지키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숲을 보전하려면 나무를 심는 것만큼이나 어떤 수종을 보호할지 결정하고, 생육 환경을 관리하며, 장기간 생존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 중요하다.
기후변화로 산림 환경이 달라지는 가운데 구상나무 보전 숲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다면 국내 고산침엽수의 보전과 복원 가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유한킴벌리와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2030년까지 이어갈 관리 활동에도 관심이 모인다.

답글 남기기